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제2벤처붐 챌린지 참여 모습
김봉진 우아한형제 이사회 의장의 제2벤처붐 챌린지 참여 모습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스타트업 열기 확산 및 경제 재도약 응원 목적 대국민 캠페인을 ‘제2벤처붐 챌린지’란 이름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벤처 업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2000년대 초반 벤처붐 시절의 ‘거품’(버블) 논쟁과 ‘구조조정’(거품 붕괴)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대국민 캠페인을 토종이 아닌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외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벌이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제2벤처붐 챌린지는 지난 15일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을 시작으로 19일에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이 참여했고, 다음 주자로는 이승건 토스 대표와 류준우 보맵 대표가 지목받았다.
제2벤처붐 챌린지의 상징은 양 손 엄지척이다. 첫번째 엄지는 2000년대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제1벤처붐을, 또다른 엄지는 최근 벤처기업·스타트업의 열기로 대표되는 제2벤처붐을 의미한다. 챌린지는 다음 차례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 등 개인 에스엔에스에 제2벤처붐을 상징하는 두 엄지척을 맞댄 인증 사진(또는 영상)과 함께 제2벤처붐과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응원하는 글을 게시한 뒤 다음 주자를 지목하고, ‘대한민국경제의봄’ ‘제2벤처붐’ 해시태그를 작성하면 된다.
제2벤처붐 챌린지 상징 이미지. 웹툰 ‘이태원 클라쓰’ 광진 작가가 그렸다.
중기부는 제2벤처붐 홍보를 위해 인기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 작가를 통해 제2벤처붐을 상징하는 이미지도 만들었다. 중기부는 “이태원 클라쓰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상 속에서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이 이태원을 배경으로 창업을 하고 불공정에 맞서 도전과 성공에 이르는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는 웹툰 작품(드라마도로 제작)이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에서 다룬 ‘도전’과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제2벤처붐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하며 “제2벤처붐 상징 이미지는 제2벤처붐 열기 확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홍보 영상, 홍보 현수막, 홍보 마스크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부는 제2벤처붐 챌린지 추진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 실적이 사상 최대이고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이 11개로 세계 6위에 이르는 등 2000년대 초반 제1벤처붐을 넘어 제2벤처붐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표가 다수 관측됐고, 2019년 기준 벤처기업의 신규 고용창출 인원이 11만7천명(총 고용인원은 80만4천명)으로 4대그룹 2만1천명의 5.6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제2벤처붐이란 말은 업계와 시장에서 쓰는 말을 따왔다고 밝혔다.
반면 벤처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제2벤처붐이란 말을 쓰는 게 불편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우리나라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한 포털업체 고위임원은 <한겨레>와 만나 “솔직히 지금이 벤처붐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벤처붐이란 말이 거품 논쟁과 붕괴로 이어진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벤처 흑역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온라인은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정부가 대국민 캠페인을 토종 에스엔에스·포털이 아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미국 에스엔에스를 바탕으로 벌인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