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주택관리공단·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거듭 ‘개선’ 등급을 받았다. 해마다 개선 등급을 받고도 개선 노력에 나서지 않는다는 뜻으로 동반성장 평가 취지를 반감시키고 있는 꼴이다. 동반성장 등급은 중소기업들과 동반성장·상생협력 노력 정도를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020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한국중부발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광해관리공단·한국국토정보공사 등 8곳이 ‘최우수’ 등급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인천항만공사·한전케이디엔(KDN)·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관광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환경관리공단 등 7곳은 ‘우수’ 등급을 받았다. 부산항만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6곳은 ‘양호’,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 11곳은 ‘보통’ 등급으로 분류됐다.
대한석탄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주택관리공단·코레일유통·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한국콘텐츠진흥원은 개선 등급을 받았다. 이 가운데 주택관리공단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17·2018·2019년 연속, 대한석탄공사는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개선 평가를 받았다. 유환철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반성장이 자발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 개선 등급을 받은 곳에는 미흡하다고 평가된 부분을 개별 통지해 개선 노력을 하게 한다. 평가 결과 언론 공표 때는 등급과 우수 사례는 공개하지만, 왜 개선 등급을 받았는지는 해당 기관 이미지와 영업비밀 포함 가능성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각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31곳은 상승했고, 8곳은 하락했다. 중기부는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따라 공공기관들의 국가적 재난에 대한 대응 노력을 평가 항목에 새로 반영했다.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방역물품 제공, 임대료 인하, 판로개척 지원 등의 노력을 한 게 동반성장 평가 결과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평가 등급과 별도로 동반성장 우수 사례도 꼽아 발표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인력 의존도와 사고 위험이 큰 작업을 공모를 통해 개선해 작업시간을 20% 줄이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잦은 외국 선박 출입으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시설들에 방역을 철저히 해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를 협력기업에 제공하고, 협력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발전과 판매 사업을 벌여 이익을 공유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는 코로나19로 영업 위기를 맞은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업체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임대보증금을 50% 감축하며, 매장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또한 토지 임대료를 인하하고,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등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도 진행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색적인 상품을 기획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침체한 농촌 관광과 지역 상권을 위해 농촌체험 키트를 제작해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제공했다. 더불어 소상공인에 대한 임대료를 인하하고, 방역물품을 제공했다.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7년부터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를 해오고 있다. 공공기관이 동반성장·상생협력의 선도적 구실을 하자는 취지에서다. 외부 전문가로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를 진행하며, 평가 결과는 언론 공표 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항목)에 일부 반영된다. 올해부터는 평가대상 공공기관이 135곳으로 확대됐다. 첫 평가를 받은 77곳은 언론 공표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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