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연속 하락…공모가 40만원도 못미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롯데쇼핑의 주식가격이 지난 9일 상장 이후 13일까지 거래일 3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당초 공모가인 40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대출을 받거나 적금을 깨어 공모에 참여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은 커녕 대출이자까지 자비로 부담하게 되면서 뒤늦게 후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전날보다 6500원(-1.61%) 내린 39만8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일 상장과 동시에 42만원으로 출발한 롯데쇼핑 주가는 거래일 3일만에 시초가격 대비 5.32%나 추락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증권포털인 팍스넷(www.paxnet.co.kr) 사이트에는 거액을 들여 롯데쇼핑 공모에 참여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에르티지’라는 필명의 한 개인투자자는 “정기적금 깨고 빚을 내어 십여주 받았는데 팔아버려야겠다”고 성토했으며, 또 다른 한 개인 투자자도 “공모주 청약 때 경쟁업체 주가와 비교하지 않고, 롯데칠성이나 롯데제과 등 (100만원이 넘는) 계열사 주가와 비교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후회했다.
공모 당시 5조2970억원의 청약증거금 가운데 34.1%에 이르는 1조8064억원은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연리 7~8% 수준에서 대출해 준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공모분 가운데 각각 20%씩 할당된 일반공모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 2만여명과 우리사주 조합원들은 주가하락에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공모가를 산정하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올초부터 국내 증시가 크게 조정받는 상황에서 롯데쇼핑 주식의 수요예측을 잘못한 때문으로 풀이한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들이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주식시황이 조정국면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데다, 유통업계 경쟁사인 신세계를 겨냥해 롯데쇼핑의 자산가치를 과도하게 높여서 책정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계 투자은행인 도이치방크는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롯데쇼핑의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경영진이 할인점 사업 성장에 주력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 뒤 ‘매도’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31만원을 제시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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