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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걱정스런 미 연준 행보…‘공짜 점심’은 끝났다

등록 2022-05-08 17:19수정 2022-05-09 02:47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30년 뒤 경제 사학자들이 2021년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어떻게 평가할까?’라는 생각을 지난해 해본 적이 있다. ‘한심한 사람들이 모여서 한심한 짓을 했다’고 할 거라고 결론 내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금리를 크게 내리고 유동성을 푸는 게 당연했다.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2020년 연말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책 강도를 조절하는 게 맞았는데 연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더했다. 주택 가격이 20% 가까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였지만 연준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너무 나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이나 집단 모두 한번 실수를 하면 다음에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반대쪽으로 강하게 나가려 한다. 실수를 빨리 만회하려는 조바심 때문이다. 2.5%도 높다고 얘기되던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가 최근에 3.0~3.25%까지 올라왔다. 연초에 미국 기준금리가 0.25%였으니까 일년 사이에 2.75~3.0%포인트를 올리는 셈이 된다. 6~7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0.75%포인트로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0년 아이티(IT) 버블 붕괴로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가 2004년 6월에 끝났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부동산을 자극한 데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선 게 금리 정책을 바꾸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1.0%였던 기준금리가 3.0%가 됐다. 2004년 금리 인상은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다고 평가될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지만, 올해 예상되는 인상 폭이 2004년의 금리 인상 폭보다 크다. 그만큼 지금은 반대쪽 정책으로 인한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금융위기는 자산 버블에 금리 인상이라는 촉매제가 더해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0년 일본이 그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동일한 과정을 겪었다. 현재 자산 버블은 완성된 상태다. 과거 어느 때보다 규모가 크다. 이전에는 부동산이나 주식 한쪽에만 버블이 만들어진 반면 지금은 주식, 부동산, 채권 심지어 원자재까지, 가격이 붙어있는 것치고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지역도 특정한 한두 국가에 국한된 게 아니라 많은 주요국들이 동시에 겪고 있다.

월가의 격언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전세계 자산시장은 공짜 점심을 충분히 누렸다. 그리고 지금 공짜 점심의 계산서가 돌아오고 있다. 주식시장보다 더 문제는 부동산이다. 주가는 20% 가까이 내려온 반면 부동산은 여전히 고점 부근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집값이 오를 거라 기대하고 있다. 공짜 점심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주식 칼럼니스트 이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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