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도 상장 계획을 접었다. 올해 들어 신규 상장을 철회한 기업만 10곳이 넘게 된 것이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에스케이그룹의 기업공개 흥행 불패 신화에도 금이 간 모양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원스토어는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내고 남은 기업공개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원스토어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급격히 위축된 투자 심리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시채널 카인드를 보면, 원스토어는 올해 들어 신규 상장 심사나 공모를 철회한 열한 번째 기업이다.
원스토어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앱마켓을 운영하는 에스케이그룹 계열사다. 지난해 2142억원의 매출과 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번에 원스토어는 신주 발행 472만5000주를 포함해 666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다. 희망공모가액(3만4300~4만1700원)을 적용한 예상 공모액은 2284억∼2777억원에 이른다.
원스토어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조사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기관들이 희망공모가액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이다. 앞서 비교회사를 바꾸고 할인율을 높이는 등 공모가 산정 방식을 조정했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이에 원스토어는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낮추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최근 악화일로인 증시 상황을 고려해 계획을 철회했다. 2020년 에스케이바이오팜을 시작으로 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 에스케이리츠 등 상장 릴레이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이는 미국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 기조로 증시의 불안정성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타격을 입은 셈이다.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 1월 상장한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39만1500원에 마감해 상장 첫날 종가(50만5000원)에 견줘 22.48% 추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85% 하락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상장일 대비 수익률도 -52.6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12.89%에 비해 더 나빴다.
마찬가지로 이날 수요예측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태림페이퍼도 상장 계획을 접었다.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씨제이(CJ)올리브영, 현대오일뱅크, 컬리, 쏘카, 11번가, 에스케이온 등도 상장을 연기하거나 공모가를 낮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