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 지분 참여 종목
일주일새 3개사 주식매집…벽산 쪽은 일단 거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일명 장하성 펀드)가 5일 벽산그룹의 주력 기업인 벽산건설 지분 5.40%를 취득한 뒤 벽산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벽산건설은 장하성 펀드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은 7번째 기업이 됐다. 벽산건설은 장하성 펀드 쪽이 사외이사 1명 선임과 함께 최대주주인 ㈜인희의 벽산건설 주식 553만주 무상소각과 ㈜인희-벽산건설 간 거래 중단 등을 요구한 데 대해,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2대 주주인 케이티비(KTB)네트워크(지분율 8.8%)가 3명을 차지하고 있어 2대 주주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벽산 쪽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 지배구조 개선 요구 과정에서 모기업인 태광산업과 법정 소송까지 갔던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양쪽은 지분 공시를 전후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성 펀드는 그동안 투자 대상 회사의 지분을 5% 가량 취득하자마자 구두로 요구 사항을 전달한 뒤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벽산건설의 요구로 구두가 아닌 문서로 요구 사항을 회사 쪽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벽산건설이 펀드의 지분 매집 사실을 미리 외부에 알렸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현재 미국 출장중인 장 교수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시장에 공평하게 제공해야 할 기업 정보를 통제하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펀드의 지분 취득 사실과 협의 내용 등의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벽산 쪽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11월21일 동원개발 지분 매입 뒤 한동안 잠잠했던 장하성 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 30일 대한제당을 시작으로 지난 2일 신도리코, 5일 벽산건설 등 1주일 사이 무려 세 곳의 중견 기업 지분을 잇달아 매집하며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하성 펀드의 이런 공격적 투자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장하성 교수 개인의 경력과 지명도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실제보다 과도한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산운영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주 가치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자극제가 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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