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증권가는 흥청망청했던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5일 저녁 일을 마친 증권사 직원들이 여의도 증권가 주변 야외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는 모습이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주가 신기록 행진 속 의외로 조용한 여의도 증권가 왜?
주가가 1800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 활기가 넘친다. 주요 증권사는 한 달 영업이익만 500억원을 넘고 있고, 주변 음식점과 술집에도 손님이 늘고 있다. 증시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증권가의 분위기가 훈훈하다. 그러나 1999~2000년 활황기를 경험한 증권가 사람들은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당히 차분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당시엔 증권사의 연말·연초 모임이 대부분 고급 호텔에서 진행됐고, 여의도의 대형음식점과 술집 등은 20세기 마지막 활황을 즐기는 증권맨들로 분주했다고 한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그때는 회사가 실적이 좋으면 체력단련비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바로바로 줘서 한턱 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회식 하러 가면 비싼 랍스터를 먹고, 유흥주점도 증권사 직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대우증권의 한 직원은 “일부 영업맨들이 코스닥에서 대박을 터트린 고객한테서 자동차 키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선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엔 활황기가 되면 룸살롱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지금 여의도 증권가에선 룸살롱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여의도 우체국 근처 복집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그때는 해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예약을 안하면 점심을 못 먹을 정도였다”며 “예전보다 예약손님이 좀 늘었지만, 그때는 점심 매출만 하루 100만원이 넘었는데 요즘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연일 고급술집서 회식하던 2000년과는 전혀 달라
간접 투자 확산…생존 경쟁·얇은 성과급도 원인 여의도 증권가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띄는 이유는 뭘까? 증권맨들은 무엇보다도 투자패턴이 직접투자에서 적립식 펀드투자 등 간접투자로 바뀌면서 당장 목돈을 손에 쥐는 사람이 적어서일 거라고 분석한다.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는 1999년 418만2천명에서 올해는 361만명으로 감소한 반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0년 6월 2조239억에서 올해 6월에는 58조원으로 급증한 것에서 이런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다 ‘IT(정보기술) 거품’ 뒤 급격한 주가 하락과 구조조정 등을 겪은 증권사 직원들의 ‘학습효과’와 증권사들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한 직원은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등 증권사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아 분위기를 만끽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 영업직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과거엔 영업직 직원의 주식매매 약정이 많으면 일정 비율로 매달 산정해 성과급을 줬지만, 최근엔 증권사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 등에 대비해 성과급 지급률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또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흥청망청대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래소의 한 직원은 “누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면 시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탓인지, 보너스를 받아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돈을 써도 강남에 가서 돈을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연일 고급술집서 회식하던 2000년과는 전혀 달라
간접 투자 확산…생존 경쟁·얇은 성과급도 원인 여의도 증권가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띄는 이유는 뭘까? 증권맨들은 무엇보다도 투자패턴이 직접투자에서 적립식 펀드투자 등 간접투자로 바뀌면서 당장 목돈을 손에 쥐는 사람이 적어서일 거라고 분석한다.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는 1999년 418만2천명에서 올해는 361만명으로 감소한 반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0년 6월 2조239억에서 올해 6월에는 58조원으로 급증한 것에서 이런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다 ‘IT(정보기술) 거품’ 뒤 급격한 주가 하락과 구조조정 등을 겪은 증권사 직원들의 ‘학습효과’와 증권사들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한 직원은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등 증권사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아 분위기를 만끽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 영업직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과거엔 영업직 직원의 주식매매 약정이 많으면 일정 비율로 매달 산정해 성과급을 줬지만, 최근엔 증권사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 등에 대비해 성과급 지급률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또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흥청망청대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래소의 한 직원은 “누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면 시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탓인지, 보너스를 받아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돈을 써도 강남에 가서 돈을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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