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3시 현재 주요 아시아 증시 등락률
코스피 1800 근접…아시아 주식시장 동반 오름세
서브프라임 등 악재 여전해…“추격 매수 신중히”
서브프라임 등 악재 여전해…“추격 매수 신중히”
‘이젠 좀 안정이 된 건가? 추격 매수에 나서야 하나?’
지난주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가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이 갈등을 느끼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미국 실물 경제까지 확산되는 등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부정적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세계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40.22(2.29%) 오른 1799.22로 마감했다. 주요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돌파하면서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61% 올랐다. 대만 자취안 지수와 홍콩 항셍 지수 역시 2% 이상 올랐다. 이날 새벽 마감한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기업 인수·합병 소식으로 1.11%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조로 서브프라임발 신용 경색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서브프라임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데다,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미국내 소비 여력 둔화 가능성 등이 악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증시엔 부정적 요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연내 전고점을 돌파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주식시장에 접근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정성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규모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악재가 터지면 증시가 흔들리는 변동성 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도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리인하는 근본적 처방이라기보다는 몰핀의 효과”라며 “서브프라임발 공황 상태를 단기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미국내 기초여건을 나아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더 이상 싸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로 계산한 한국 주가수익비율(PER)이 12.4배로 영국(11.7배), 프랑스(11.6배), 이탈리아(11.4배)등 상당수 선진국보다 높다”면서 “한국 주식이 이제야 제 값을 받고 있으며, 더이상 싸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 기능이 마비됐던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미국 주택경기 침체라는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브프라임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높아지면 급등 부담으로 매도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본격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추격 매수는 자제하되,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중국 수혜주 중심으로 부분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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