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투자자들 “충분한 위험고지 없었다”

증권 관련 민원·분쟁 유형

‘우리파워오일펀드’ 400억 날린채 만기상환

유가 90달러 넘어 손실
‘불완전판매’ 소송 준비중
자필서명땐 가입자에 불리

증시 활황과 더불어 펀드 열풍이 불면서 증권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민원·분쟁 건수는 총 119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9.3%나 늘었다. 이 가운데 간접투자 상품과 관련한 분쟁 건수는 81건을 차지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2% 늘어난 것이다.

펀드 투자와 관련해서는 펀드 상품구조나 내용에 대한 설명 부족으로 인한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28일 자산운용협회가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펀드 판매 관련 불편 신고 센터’를 개설한 55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펀드 관련 민원을 취합한 결과, 전체 민원 68건 가운데 42건이 상품 내용 설명 부족 때문이었다. 다음은 △기타 업무 처리 관련 22건 △원금 또는 일정 수익률 보장 3건 △부적합한 투자 권유 1건 등의 차례였다.

실제로 최근엔 펀드 투자로 손해를 본 가입자들이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하겠다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올해 5~6월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된 원유 파생상품 펀드인 ‘우리파워 오일 파생상품 5~8호’는 400억원대의 손실을 낸 채 이달 초 만기 상환됐다. 이들 펀드는 6개월 만기의 유가지수 연동 파생상품(ELF)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6개월 동안 기준가의 40%를 초과해 상승하지 않으면 연 9.3%(6개월 4.65%)의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가입 기간 중 한 번이라도 40%를 초과해 상승할 경우에는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4개 펀드 모두 판매 당시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근처까지 급등하면서 28~46%의 손실을 냈다. 4개 펀드의 총 설정액은 1150억원이며, 모두 4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가입자들은 원금 손실을 보자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은행과 담당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유가가 90달러를 넘으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원금 보장이나 다름 없을 만큼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은행 직원의 권유로 가입했으므로 불완전 판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쪽은 펀드에 가입하려면 사전에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 서명을 하게 돼 있고 가입자들이 자필 서명을 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분쟁 조정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식 및 펀드 투자자가 자필 서명을 했고, 불완전 판매나 부당 권유 판매 등에 대해 입증할 충분한 자료가 없으면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증권 관련 투자 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숙지해야 하며, 특히 자필 서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실 관계자는 “올해 펀드 열풍이 불면서 펀드 관련 민원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불완전 판매로 인정된 사례는 올해 한 건도 없었다”며 “자필 서명을 한 경우 분쟁 조정 때 투자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고, 결국 법적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