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나라별 외국인 순매수 추이
2달 연속 순매수‥환율하락 기대감 배경
“외국 연기금 등 반짝 매수현상” 분석도
“외국 연기금 등 반짝 매수현상” 분석도
외국인이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31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5거래일째 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매수세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25(1.42%) 오른 1163.20으로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달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고, 채권시장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석달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올해 아시아 주요 증시들 가운데 국내 증시만 순매수세다. 외국인의 동향에 따라 주가의 큰 움직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동양종금증권 자료를 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6억300만달러를 순매수한 데 이어 1월에도 5억23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두달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것은 2007년 4~5월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대만에선 4억9000만달러 순매수에서 15억9600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고, 인도 역시 3억2700만달러 순매수에서 10억5400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타이와 필리핀에선 두달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 순매수 흐름의 주된 배경은 환율 흐름이다. 외국인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지나치게 팔았던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원화 가치가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이는 앞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어서 외국인 투자가는 자본이득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당순자산비율(PBR·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기업이 56%에 이르러,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는 것도 외국인한테는 한국 주식을 사들일만한 요인으로 여겨져 추가 매수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외국인은 올해 삼성전자와 포스코, 한국전력, 에스케이(SK)텔레콤, 현대차, 엘지(LG)디스플레이 등 대표기업들의 종목을 순매수하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주식을 워낙 많이 팔아 외국인의 자산배분 구조에서 한국 비중이 낮아졌는데, 증시가 상승하니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순매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몰려 있으며, 이는 단기성 자금이 아닌 장기성 자금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긴 안목에서 금융위기와 구조조정에서 살아날 대표주들을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성 팀장은 “환율이 불안하고 미국 증시가 저점을 테스트하게 되면 외국인 순매수세는 크게 약화되겠지만 장기성 자금으로 인해 순매수세는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금융불안과 경기침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주식 자산이 매력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연기금 등 어차피 주식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기관들이 소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는 것 같다”며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만 순매수한 것도 ‘도토리 키재기’로 보여, 순매수는 반짝 현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채권시장에서 49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난해 11월 4568억원, 12월 8469억원에 이어 석달째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선진국에서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한국을 찾았다”면서도 “대대적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도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고, 무역수지가 환율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 돼, 외국인들의 본격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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