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 순매수 현황
미국 자금 22개월만에 ‘사자’…지난 달만 4500억원 순매수
“금융위기 완화 신호”…“장기투자 비중 높아 증시안정 도움”
“금융위기 완화 신호”…“장기투자 비중 높아 증시안정 도움”
국내 증시에서 쉼없이 주식을 팔아치웠던 미국인이 스물 두 달 만에 주식을 사들였다. 장기 투자자금의 비중이 큰 미국계 자금이 흘러들기 시작하면서 유럽계 단기자금이 상승을 주도했던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의 ‘4월 중 외국인 투자자 증권매매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7611억원(상장지수펀드, 주식워런트증권 등 포함)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미국 국적 투자자가 4489억원, 룩셈부르크 4027억원, 프랑스 2148억원, 사우디아라비아 2098억원, 케이만아일랜드 투자자들은 187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싱가포르가 6797억원, 스위스 429억원, 중국은 1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인들은 2007년 6월에 11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뒤 7월부터 한달도 거르지 않고 주식을 처분했다. 2007년 한해 동안 15조4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25조4335억원어치나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2년 동안 40조원이 넘는 주식을 판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순매도 규모가 7977억원을 기록해 1조원 밑으로 내려가면서부터 팔자세가 약해지기 시작했고, 지난 4월 스물 두 달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계 자금의 유입에 국내 증시는 반색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계 자금이 돌아온 것은 장기 투자자금이 늘어나는 신호로 볼 수 있고, 주가지수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계 자금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한번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나 네덜란드, 영국, 케이만아일랜드 등 지역의 자금은 헤지펀드의 단기자금이 많지만, 미국계 자금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많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 상승은 단기자금이 많은 이들 유럽 국가가 이끌었다. 4월까지 룩셈부르크가 6737억원, 네덜란드 4343억원, 영국 1229억원, 케이만아일랜드가 51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미국은 4월까지 527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북미계와 유럽계 자금인데, 미국계 자금이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금융위기가 완화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감원에 새로 등록한 150명의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 미국인이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인 21명, 케이만아일랜드 16명 등의 차례였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