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55)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공기관 지정 해제” 건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사퇴 압력을 받아 온 이정환(55·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3일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하며 돌연 사직서를 냈다.
이 이사장은 이날 따로 낸 ‘사임의 변’에서 “거래소에 대한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의원 입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돼 정무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 사임함으로써 그동안 정부 스스로 추진해 왔던 거래소 허가주의 입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 후진적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선진화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한국거래소에 대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지위에 걸맞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 주실 것을 건의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현 정부 쪽 사람을 이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인사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버티자, 거래소는 검찰 수사에 이어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에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건의했고, 올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고 버틴 데 따른 ‘보복’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3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준다면 사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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