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선정 올해 유망 ‘테마’
IT·스마트폰·원자력·3D 관련주 연쇄 급등
국내 증시는 ‘테마 춘추전국 시대’?
스마트폰, 원자력, 입체영상(3D), 바이오시밀러, 전자책…. 새해 들어 한파가 몰아치는데도 증시는 ‘테마’ 열풍으로 달궈지고 있다. 전격적인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중국발 악재가 날아든 13일에도 원자력 발전과 무선인터넷 관련주 등 테마주는 꿋꿋하게 강세를 이어갔다. 원자력 발전 관련업체인 보성파워텍과 모건코리아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영우통신 등 무선인터넷 업체도 상한가를 쳤다.
테마주가 주제를 바꿔가며 급등세를 연출하는 현상은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두드러졌다. 증시 반등에 힘입어 반도체와 엘시디(LCD) 장비업체 등 정보기술(IT)주의 주가가 먼저 급등했다. 반도체 업황이 좋은데다, 올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엘지(LG)디스플레이 등 관련기업들이 잇따라 시설 투자를 늘려 장비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주자는 ‘스마트폰’ 테마.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에 나선 ‘아이폰’열풍에 힘입은 결과다. 스마트폰 테마가 몰고온 바람은 무선인터넷과 콘텐츠, 인터넷결제, 보안, 터치패널 등의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연말께는 우리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의 원자력 발전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원자력’ 테마가 형성됐다. 수주 발표 이튿날 일부 업체들의 주가는 폭락하기도 했지만, 원자력 발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원자력주는 요동을 치고 있다. 그 뒤에 이어진 ‘입체영상(3D)’ 테마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선풍을 일으키면서 입체영상 기술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세종시에 바이오 관련 투자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한때 나돌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바이오’ 테마까지 테마 열풍 대열에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몇몇 테마주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대형주가 주춤해지자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다”며 “증시로의 들어오는 유동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올해는 테마주와 중소형주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앞다퉈 올해 주목해야 할 테마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주로 스마트폰과 녹색성장 관련 테마들이 많다.
하지만 테마주들의 주가 변동성은 아주 높은 편이다. 입체영상 전문기업은 케이디씨는 지난 12월 한달 동안 주가가 3배로 뛰었다. 지난 5일에도 상한가까지 치솟았으나 6일에는 하한가로 주저앉으며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쳤다. 상한가 행진을 벌였던 바이오업체 이수앱지스의 경우에도 삼성이 세종시에 바이오 분야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곧 하한가를 기록했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방안 등으로 테마주의 움직임이 활발한데 일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동반상승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종목별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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