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를 위한 104일간의 유급휴가, 돌봄을 위해 아빠뿐만 아니라 동거인 등 파트너에게도 8주간 유급휴가.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한국 피앤지(P&G)의 복지정책이다.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한국피앤지는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출산·육아 휴직과 유연휴가 등에 ‘차별 없는’ 제도 도입이다. 피앤지는 2021년 ‘돌봄을 나누세요’ 출산육아제도를 도입하면서 생부뿐만 아니라 양부와 동거인 등 파트너에게도 똑같이 8주간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법적으로 가능한 2주간의 휴가보다 4배 이상 길다. 파트너 확인도 임직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증빙이 필요한 경우는 사내 가이드라인에 따르고 있다고 한국피앤지는 밝혔다.
산모에겐 104일 동안 통상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과 개인 임금 간의 차액을 회사에서 지급한다. 복직 후에도 경력 단절의 불이익이 없도록 원하는 직무로의 복귀를 보장하고 있다고 한국피앤지는 밝혔다.
또 건강검진과 경조사비 지급에 관해서도 대상을 차별 없이 적용하고 있다.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파트너로 등록하면 회사가 지원하는 건강검진 등을 받을 수 있다. 공식적인 연차와 별도로 주는 5일의 유급휴가 ‘유연휴가제도’는 입사 연차나 결혼, 출산과 무관하게 가족돌봄·자기 계발·자원봉사 등을 위해 쓸 수 있다.
한국피앤지는 1인 가구, 셰어하우스 공동생활, 싱글맘, 싱글대디 등 가족 구성의 형태가 다양화되는 추세에 발맞춰서 일·가정 양립을 강화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회 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를 보면, ‘일과 가정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청년은 45.4%, ‘가정이 우선’이라고 답한 청년은 20.9%였다. ‘일이 우선’이라는 청년은 33.7%였다. 2011년에는 ‘일이 우선’이라는 청년이 59.7%였고, ‘일과 가정의 균형’이 29.1%였는데 뒤집힌 것이다.
한국피앤지 인사 담당자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은 피앤지가 185년간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피앤지는 다우니, 페브리즈, 펨퍼스, 질레트, 오랄비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 기업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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