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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오늘은 ‘가정의 날’…사원 여러분, 칼퇴근 하세요~

등록 2009-11-29 17:36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월 임직원 부부 중 애틋한 사연을 적어 보낸 21쌍을 초청해 서울 강남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두번째 프러포즈’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열었다. 초청된 아내들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행사 행사 프로그램의 하나로 연미복을 차려입은 남편들이 무릎을 꿇고 아내들한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모비스 관계자는 “이 행사에 초대됐던 부부의 금실이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것처럼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월 임직원 부부 중 애틋한 사연을 적어 보낸 21쌍을 초청해 서울 강남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두번째 프러포즈’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열었다. 초청된 아내들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행사 행사 프로그램의 하나로 연미복을 차려입은 남편들이 무릎을 꿇고 아내들한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모비스 관계자는 “이 행사에 초대됐던 부부의 금실이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것처럼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제공
[한겨레특집] 가족친화경영
특정 요일·날짜 정해 ‘가족과 함께’ 독려 확산
사무실 불 아예 끄기도…맞벌이 부부 호응 커
“오늘은 ‘가정의 날’입니다. 업무를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셔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바랍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사옥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같은 내용의 쪽지도 배달됐다. 입사 6년차 이아무개(34) 대리는 하던 일을 접고 퇴근 준비를 시작한다. 이날만큼은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매달 둘쨋주 수요일은 6시30분 칼퇴근을 회사가 ‘강제’하는 ‘가정의 날’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2005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이 대리는 평소 일주일에 3~4일을 밤 10시에 퇴근한다. 공사 입찰 등의 일이 걸려 있을 때는 일주일 내내 야근이다. 1살과 3살 된 아들 둘이 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다 보니, 평일에는 아이들 자는 모습밖에 볼 수 없다. 이 대리는 “일찍 들어가는 날은 아내와 함께 아이들 목욕도 시키고 집안일을 도와준다”며 “주 5일 근무이긴 하지만 야근이 잦다 보면 금방 지치는데, 가정의 날 덕에 약간은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특정 요일이나 날짜를 정해 조기 귀가를 재촉하는 ‘가정의 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년에 한두 차례 임직원 가족을 초대하는 이벤트성 행사보다 ‘실속형’ 가정 챙기기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데, 업무가 많다 보면 오히려 가정이 해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건설업 특성상 야근이 잦은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칼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 날이 가장 잘 정착된 곳은 금융권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오후 6시30분이면 강제로 회사 밖으로 직원들을 내몬다. 우리은행은 집으로 ‘열심히’ 퇴근한 직원에게 가족식사권도 제공한다. 가정의 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직원만족센터에 보내면, 센터에서 한 달에 30건 정도를 선정해 다음날 집으로 피자를 배달해 준다. 또 그 가운데 가장 알찬 가정의 날을 보냈다고 평가되는 직원에게는 가족식사권을 지급한다.

우리은행 직원만족센터 김승오 부부장은 “자녀들과 새우깡을 입에 물고 찍은 사진이나 할머니 생신 때 고깔모자를 쓴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이 센터로 온다”며 “2007년부터 시작한 제도가 이제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과 연계해 미혼직원들에게는 미팅도 주선해 준다. 외환은행은 노사협의를 통해 한 달에 여덟 번까지만 야근을 허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7시30분 전에 회사를 나가야 한다. 하나은행은 퇴근시간이 좀더 빠르다.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수요일이면 야근자를 제외한 직원들은 5시까지 퇴근해야 한다.

가정의 날 행사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추세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격주로 특정 요일을 정해 오후 6시에 업무를 종료한다. 날짜는 부서마다 다르다. 한화엘앤씨(L&C)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30분이면 건물 전체에 아예 불이 꺼진다. 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것이다. 가정의 날은 특히 맞벌이 부부일수록 호응이 크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서 근무하는 강선희(40) 과장은 “맞벌이 부부라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며 “한 달에 한 번 있는 패밀리데이를 활용해 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주기도 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만나 자녀 양육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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