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ㅣ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는 영업부 김 대리. 지난 한 해 묵힌 일상의 때를 벗겨내기 위해 멀리 떠나고 싶다. 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한 권을 고른다면?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가 제격이다. 이 책은 카잔차키스가 젊은 시절 만났던 알렉시스 조르바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그리스의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나 크레타 섬에서 갈탄광 사업을 하며 6개월 정도 함께했다.
조르바는 어떤 사람일까?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는 사나이였다.’ 도자기 만들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집게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여자와 잘 수 있는데 자지 않은 남자는 하느님에게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 믿는 엉뚱한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 그는 자유 없이는 단 1초도 살 수 없는 사나이였다. 자유! 시간을 저당 잡힌 대가로 월급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갈망하고 있는 그것! 조르바의 자유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말에서 힌트를 찾아 보자.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그렇다. 조르바는 그 순간을 사는 사람이다. 그는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준비하느라 쩔쩔매지 않는다. 여자와 키스할 때는 키스에, 일을 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 조르바. 그는 무엇이든 어정쩡하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을까? 경쟁에서 도태되면 조직을 떠나야 하는 생존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장인이 해야 할 일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질문에 조르바는 뭐라고 답할까? 아마도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집어치우라며 호통을 칠 것이다. 그리고 토끼 피처럼 붉은 크레타 포도주를 한 잔 가득 따라 줄 것이다. 그럼 그 잔을 비워라. 그리고 그와 함께 춤을 춰라. 춤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1964년 앤서니 퀸과 앨런 베이츠가 주연한 영화를 참고해도 좋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라면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잘 사는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르바처럼 마시고 춤추고 사랑하며 살자.
참고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이 책을 읽고 교수직을 포기했다. 당신도 대책 없이 사표를 쓸 수 있으니 주의해라.
유재경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jacki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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