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의사소통으로 혁신적 아이디어 노려
삼성전자도 3월부터 직급과 호칭 등 개선
“임원이나 공채 문화 바뀌지 않으면 그대로”
삼성전자도 3월부터 직급과 호칭 등 개선
“임원이나 공채 문화 바뀌지 않으면 그대로”
엘지(LG)전자가 7월부터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한 직급 체계를 도입한다. 국내 전자업계가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엘지전자는 31일 연구원을 포함한 사무직 직급을 기존의 직위·연공 중심의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한다고 밝혔다. 사원 직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바꾼다. 직급을 단순화하는 것은 신속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엘지전자는 설명했다.
또 지난 3월부터는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월요일에 회의가 있으면 휴일인 주말까지 출근해서 준비하는 관행을 없애려는 목적도 담겨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정장 대신 청바지 등의 차림으로 출근해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캐주얼 데이’는 사업장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 이런 흐름은 오래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 선언을 하고 올해 3월부터 조직문화를 바꾸고 있다.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했다. 호칭은 ‘○○○님’을 사용하고, 부서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혹은 영어이름 등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호칭한다. 이 밖에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1시간 이내 전원이 발언해 결론을 도출하는 회의문화도 권장했다.
전자업계가 이런 변화를 꾀하는 것은 제품의 트렌드가 몇 달만에 바뀌는 등 혁신의 속도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기업 내 소통이 정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른바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처럼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도 스타트업 컬쳐 혁신 선언을 두고 “조직문화 혁신을 새로 시작해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급 체계 단순화와 회의문화 개선 방침만을 내놓는다고 해서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이미 직급체계를 단순화한 기업의 직원 ㄱ씨는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임원들이 수직적인 지시와 보고체계를 만들어 놓고 유지하니 형식만 바뀔뿐 변한게 없다”고 했다. 또다른 전자업계 직원 ㄴ씨도 “대부분 공채로 입사해 사번과 입사년도를 아는 상태에서 직급이나 호칭만 고친다고 해서 쉽게 수평적인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입사연도 등을 따지는 공채 문화나 임원들이 직원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는 변화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ㄴ씨는 “인사팀이 이것을 알면서도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은, 월급이 오르는 단계가 적어지면 승진에 따른 월급 상승폭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역사가 오래된 국내 대기업들의 조직 구성은 점차 근속연수가 긴 차장-부장이 많은 형태로 가고 있다. ㄱ씨는 “직급이 단순화되면서 조직 내 문화가 달라져 장기근속하는 직원들이 줄어드는 현상이 있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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