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4명 중 3명이 제도에 찬성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지난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전국 직장인 1만220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 근무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1%에 달했다. 하지만 응답자 가운데 44.3%는 “우리 회사에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응답 14%를 합하면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회사별로 보면, 주 52시간제 도입 필요성에는 거의 모든 회사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 적용 가능성에는 소속 업계와 회사별로 편차가 컸다. 주 52시간제의 실효성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것은 회계 업계였다. “적용 불가” 응답 비율이 가장 많은 회사는 딜로이트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KPMG)가 각각 85%와 81%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랜드월드(80%), 에이디티(ADT)캡스(79%), 셀트리온(75%), 지에스(GS)리테일(71%), 삼일회계법인(70%), 대림산업(69%), 올리브네트웍스(69%), 롯데쇼핑(67%)이 뒤를 이었다.
반면 주 52시간제의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에스케이텔레콤(SKT·81%)과 삼성디스플레이(76%)로 4명 중 3명 이상의 재직자가 현장 도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 뒤로는 케이티(KT)(70%), 삼성에스디에스(SDS)(64%), 스마일게이트(62%), 현대모비스(62%), 두산중공업(62%), 카카오(61%), 엘지시엔에스(LG CNS)(60%), 삼성전자(59%) 순이었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블라인드에는 주 52시간제의 꼼수 시행 부작용을 우려하는 직장인들의 글도 종종 올라온다. 동진쎄미켐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업무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분명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수 밖에 없다”고 썼다. 근무 인력 충원, 업무량 현실화 등 기업의 구조 개선이 제도 도입에 우선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이같은 구조 개선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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