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온라인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 확산 흐름에서 국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6월 직장인 302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6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소속 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 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잘한다’)는 응답은 38.7%에 그쳤다. ‘미흡하다’는 응답이 61.3%로 훨씬 많았다. 여기서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을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등 업무 전반에 접목해 기업의 운영을 개선하고 가치를 혁신하는 활동을 뜻한다.
부문별 대응 수준 조사에선 비대면 회의, 온라인 보고와 같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수행’이 가장 긍정적인 평가(‘잘한다’ 64.2%, ‘미흡하다’ 35.8%)를 받았다. 생산이나 마케팅 활동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부문에서도 ‘잘한다’ 52.3%, ‘미흡하다’ 47.7%로 긍정적 평가가 앞섰다. ‘디지털 인재 육성’(41%, 59%),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기회를 모색’(35%, 65%)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낙후된 제도·사회 인프라’(3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법 제도가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교육 인프라가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라고 대한상의는 풀이했다. 기업 내부문제를 꼽은 직장인도 많았다. ‘기업의 변화 의지 부족’(31.8%), ‘경직된 조직문화’(20.5%), ‘기술력 부족’(9.6%) 순이었다.
디지털 전환으로 우려되는 점으로는 ‘디지털 양극화’라는 응답이 41.7%로 가장 많았다. 노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소외계층의 직장·사회생활 부적응 문제와 함께 업종·기업규모 간 기술 활용의 간극을 반영하는 결과다. 다음으로 ‘데이터 유출 및 사생활 침해’(28.1%), ‘일자리 감소 및 불안’(22.2%), ‘소통·협업 감소’(7.9%) 순이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에 바라는 것으로는 ‘일자리 유지’(35.1%)가 먼저 꼽혔다. 이어 ‘디지털 양극화 해소’(27.5%), ‘도전정신 등 신기업가 정신 발휘’(20.9%), ‘사회와의 소통 강화’(14.9%)였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에 선제 대응해 신사업을 육성하고 예상되는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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