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목소리... 사람, 사물 그리고 아름다운 제의” “그랬구나, 그래서 그 옷의 주인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걸 내가 알 수 있었구나.” 백승우 영화감독
‘기억의 목소리’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튜디오 한겨레]
2020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나는 고현주 작가의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를 만났다.
고 작가는 제주 4·3 희생자들이 남긴 유품들을 찍은 사진을 전시했다. 동백꽃 한 아름, 아름다운 배경과 그에 어울리는 고운 한복이 느린 셔터로 찍혀서 마치 비행하듯 날아가고 있었다.
‘날고 있는 걸까? 그냥 떠 있는 걸까?’
제주의 어느 작은 마을, 4·3 당시의 끔찍한 사연들이 마음 속에서 기어이 녹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작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 옷의 임자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구나.’
작년 초, 고 작가는 세 번째 시리즈 ‘아름다운 제의’ 편을 만들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기록해야 했다. 다시, 나는 카메라를 들고 섬으로 갔다.
오랫동안 고 작가는 ‘꿈꾸는 카메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소년원, 학교, 어르신들 모임, 주부들의 모임 등 어디든 가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신을 찾아보는 시간을 이어갔다. 작년 말, 제주 조천중학교에서 요청이 왔고, 난 담당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일부라도 기록해보고자 했다. 교실에서 고 작가는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을 때 보는 것을 찍을 수도 있지만, 보았던 것을 찍을 수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비로소 나는 고 작가의 사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다. 그래서 그 옷의 주인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걸 내가 알 수 있었구나.’
다큐멘터리 영화도 마찬가지다. 보는 것을 기록할 수 있지만, 보았던 것을 기록할 수도 있다. 또다시 작은 깨달음 하나가 비어있는 마음에 들어왔다. 백승우 영화감독
백승우 영화감독
● 제공 | 한겨레TV
제작 | 이담필름
감독 | 백승우
촬영/편집 | 백승우
사진/설치 | 고현주
음악 | 방승철 [4·3 진혼곡]
제작지원 | 제주특별자치도
[2022년 백승우 감독 작품]
●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 [스튜디오 한겨레: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과 세상의 리얼리티를 재현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모든 다큐멘터리스트를 응원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편성 문의: 이경주 프로듀서 lee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