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늦여름, 한 배우가 감옥 세트장에 갇혔다. 전라남도 장흥에 위치한 교도소 세트장의 독방 문은 아주 오래된 곳이라 잘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았다. 주인공 보배 역을 맡은 석보배 배우는 뭣 모르고 연기 연습을 하기 위해 독방에 들어갔다가 영화 속 이야기처럼 갇혀 있었고, 그동안에 모기에 물려 고생해야만 했다.
영화 <탈옥>은 ‘깨어나보니 어느 독방에 갇혀 있는 한 학생’에 대한 이야기다. 보배는 자신이 왜 갇혀 있고, 왜 혼자인지 알 수 없다. 공포와 불안이 엄습한 이 상황을 탈출하고자 분투하지만, 잠긴 문은 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자칫하면 학교폭력이나 사회적 집단따돌림에 대항하여 싸우는 수많은 영화들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의 시작 부문은 마르틴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말했던 “인간은 자기 뜻이 아닌 세상에 던져진 ‘피투자’이다”라는 명제를 소환한다. 보배가 독방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혼자만의 존재로 인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아 속의 존재는 행복한 삶을 갈망하고 제시하지만, 실재는 온갖 위협과 불안을 제시한다. 이 괴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감옥’에 수감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학교일 수도, 가정일 수도, 직장이나 사회일 수도 있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의 선택’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다. 부모에게도 말 못하는 아이가 하는 선택, 자식을 잘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로 가득 차 버린 엄마의 선택, 이 모든 행동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대변한다. 삶의 방식엔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법과 윤리는 공공의 이익에 대하여 관심 있을 뿐이고, 이 잣대로 옳고 그름을 정의하곤 한다. 그러나 인간과 삶이라는 것은 이러한 테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는 엄마와 딸의 행동과 선택을 보여주고 그 결과를 담담하게 보여주려 애썼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었던 이들의 선택과 존재에 관한 영화이다. 김진곤 영화감독 | 스토리고니 대표
[스튜디오H] 방송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oSbaV7I8qfW6w-zRjfXAw
제공 | 스튜디오H
제작 | 스토리고니
감독 | 김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