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 뉴욕의 트럼프재단에서 나오면서 행인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트럼프재단은 맨해튼지검으로부터 종업원들에게 임금 외의 특혜를 주는 탈세 혐의로 기소될 방침이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재단에 대한 검찰의 기소로 사업체 파산 등 심각한 재정적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주 검찰의 맨해튼지검은 트럼프의 부동산기업인 트럼프재단을 탈세 등 혐의로 곧 기소할 방침이다. 트럼프재단은 트럼프의 최측근 ‘금고지기’인 앨런 와이슬버그(73) 최고재무책임자 등에게 임금 이외에 아파트, 자동차, 학자금 등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수사와 기소는 트럼프재단과 은행 및 다른 사업 협력자들의 관계에 손상을 입혀 재단을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가디언>이 지적했다.
트럼프재단의 변호사 론 피셰티는 지난 24일 맨해튼지검 검사들과 90분간의 화상 면담을 하고 트럼프재단에 대한 형사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튿날 <에이피>(AP) 통신에 “만약 이 혐의로 기소된다면 완전히 분노스럽고 전례가 없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보복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재단 쪽은 검찰로부터 28일까지 마지막 소명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번 기소는 맨해튼지검장인 사이러스 밴스 검사가 수년간 지속해온 트럼프와 그 주변 수사의 한 결과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퍼니 클리퍼드) 등 2명의 여성에게 입막음용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자, 이때부터 밴스는 수사를 시작했다.
맨해튼지검은 이번 기소를 통해 와이슬버그로부터 트럼프와 그 일가와 관련해 불리한 진술을 이끌어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피셰티 변호사는 “지난 100년간 사건들을 뒤져봤는데 직원이 사소한 특혜를 받은 걸로 기소된 사례를 찾을 수가 없었고, 특히 그런 일로 회사를 기소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더 혹독한 수사에 직면하고 있다. 뉴욕주 검찰총장 러티샤 제임스가 직접 지휘하는 수사다. 제임스는 트럼프재단이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산 가치를 부풀리거나,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자산 가치를 축소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워싱턴 검찰도 트럼프재단과 트럼프의 대통령취임위원회가 워싱턴 트럼프호텔을 사용할 때 100만달러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28일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자신에 대한 민주당 마녀사냥의 연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 나를 중단시키려고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