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펜타곤’ 전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국방부가 100억달러(약 11조3천억원) 규모의 대형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제다이’(JEDI·합동방어인프라사업)를 취소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치열한 수주전이 법정 소송까지 번지며 사업이 연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6일(현지시각) 자료를 내어 “제다이 사업이 기술 환경의 변화로 더는 국방부의 뒤떨어진 역량을 메우기 위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몇몇 제한된 업체들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제다이 사업은 미국 국방부의 낡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대신해 군사 기밀서류 등을 보관하고 인공지능에 기반한 분석을 제공할 단일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10년간 100억달러가 투자되는 이 사업에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맞붙었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클라우드 컴퓨터 업계 선두인 아마존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9년 이를 뒤엎고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아마존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이의 불화는 널리 알려진 얘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했고, 심지어 워싱턴포스트를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로, 베이조스를 ‘보조’(멍청이)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연방청구법원은 지난해 2월 아마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국방부에 제다이 사업 절차를 시작하지 말라는 예비명령을 내리면서 사업은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었다.
수주전이 이처럼 법정 다툼까지 가는 등 치열하게 진행된 것은 승리할 경우 미국 국방부의 보안 규격을 충족했다는 점이 훌륭한 영업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분석가 마이클 패처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이 2020년 한해에만 매출 453억달러(약 51조원), 영업이익 135억달러(약 15조원)를 올린 것에 비춰 제다이의 사업비 10년간 100억달러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가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보안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제다이 대신 추진할 새로운 ‘통합전투클라우드능력’(JWCC) 사업이 5년이 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오라클, 구글, 아이비엠(IBM) 등은 국방부와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서도 이번 수주전에 뛰어들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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