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부인 마르틴 조브넬이 7일 미국 마이애미의 라이더 트로마 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을 암살한 용의자 4명이 범행 몇 시간 만에 사살되고 2명이 체포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7일(현지시각) 모이즈 대통령을 살해한 용의자들을 “용병”이라고 지칭하며 “이들과 총격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뒤쫓아 총격전을 벌여 이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더 많은 용의자가 붙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용의자들의 신분이 어떻게 되며 모이즈 대통령과 부인 마르틴을 공격한 동기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샤를 청장은 용의자들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경찰 세 명이 인질로 잡혔다가 무사히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모이즈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피살됐고, 부인 마르틴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호송됐다. 감식 전문가들이 사건 현장을 도착했을 때는 탄피가 모이즈 대통령 집 근처에서 나뒹굴었다. 또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는 곳곳에 총탄 자국이 남아, 당시 살벌했던 분위기를 웅변하고 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치안판사 카를 앙리 데스틴은 숨진 모이즈 대통령의 이마와 가슴, 배에 대구경 소총탄부터 9㎜ 탄까지 12발의 총상이 있다고 말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발견 당시 흰 셔츠에 피가 흥건한 채 누워 숨져 있었으며, 부인은 포르토프랭스 병원에 옮겨졌다가 다시 미국 마이애미의 라이더 트로머 센터로 이송됐다. 부인은 부상이 심각했으나 위기를 넘기고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녀는 사건 당시 침실에 숨어 있었다. 집안일을 돌보는 가정부와 집사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이다”라고 외치며 들이닥친 용병들에 의해 손발이 묶여 있었다고 데스틴 치안판사가 말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는 현재 버려진 것처럼 조용하고 보안 병력이 증원돼 순찰을 도는 분위기도 아니라고 <데페아>(DPA) 통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라는 주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것은 아이티에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에는 2주 동안 애도 기간이 선포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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