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 거리에서 사람들이 “독재 타도”, “자유를 달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바나/AFP 연합뉴스
시위가 드문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수천명의 쿠바인이 11일 아바나 등 전국 여러곳에서 식료품 부족과 잦은 정전, 높은 물가 등에 항의하며 거리 행진을 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는데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료품을 구하는 줄이 길어지고 하루 몇시간씩 정전이 일어나고 의약품 부족도 심각하다.
시위대는 이날 “독재 타도”와 “자유를 달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아바나 시내 등을 행진했다. 시위대가 지나가자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거나 시위에 합류하면서, 애초 몇백명이었던 규모가 몇천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일부는 시위 장면을 휴대폰 등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등 실시간 중계에 나섰다.
시위대 몇몇은 경찰에 돌을 던졌고, 경찰도 이에 맞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20명이 체포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아바나 거리 시위를 지켜봤던 가톨릭 사제 호르헤 루이스 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나섰는데, 그들(경찰)은 이들을 공격하고 폭행했다”고 말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아바나에서 남쪽으로 30㎞ 떨어진 산안토니오데로스바뇨스의 시위 현장에 나타나 주민들과 대화했다. 그는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쿠바계 미국인 마피아들”이 시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나라의 혁명가와 공산주의자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단호하고 용감한 방식으로 시위에 맞서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줄리 정 미국 국무부 라틴아메리카 담당 차관보 대행은 트위터를 통해 “쿠바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표현하기 위해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행사함에 따라 쿠바에서 평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1120만명의 쿠바에는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11일 신규 확진자가 6923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47명(누적 1537명)에 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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