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06년 독일 방문 때의 모습.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아프간 미군 철수 결정은 “실수”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각) 독일 공영 방송 <도이체 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실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며 “그들은 매우 잔인한 이들에 의해 살해되도록 남겨질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고도 말했다. 미군 철수 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을 우려한다는 뜻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직 중이던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자 배후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탈레반에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고, 아프간 침공을 감행했다. 2001년 10월 미군 군사 작전이 시작되자 탈레반 정권은 급속하게 무너져내렸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기반을 두고 활동을 하는 기자 알리 라티피는 부시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가 갑자기 여성과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도이체 벨레>는 전했다. 라티피는 이어 “그의 전쟁이 많은 과부와 고아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보통은 정치적 논쟁을 우려해 언급을 피하는 편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패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미국 철수 결정은 “멋지고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