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괴짜로 불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약 25조원어치 주식 매각 여부를 트위터 투표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6일 “미실현 이익이 조세 회피 수단이라고들 하는데, 그래서 내 테슬라 주식 10%를 파는 것을 제안한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6250만 팔로어들에게 그들의 찬반 의사를 따르겠다고 했다. 글을 올린 지 7시간 만에 200만명 가까이 투표에 참여했고 55%가 주식 매각에 찬성했다. 투표는 미국 동부시각으로 7일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로이터> 통신은 머스크가 올해 6월30일 기준으로 테슬라 주식 1억7050만주를 보유했으며, 지난 5일 종가를 적용하면 그 10%의 가치는 210억달러(약 24조9165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머스크의 돌출 행동 동기는 민주당의 억만장자 증세 법안에 대한 반발이다. 민주당은 억만장자 700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증세안을 추진하면서 주가 상승 이익도 과세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난 어디서든 현금 급여나 보너스를 받은 바 없다”며 “다만 주식을 가졌을 뿐으로, 개인적으로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월급도 안 받고 일하는데 세금을 무겁게 물린다니 부당하지 않냐는 주장이다.
증시에서는 머스크가 주식 매각 결정 가부를 트위터 팔로어들한테 물은 것 자체는 기괴하지만, 그가 어쨌든 주식을 팔긴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 내년 8월13일까지 주당 6.24달러에 행사해야 하는 스톡옵션이 2286만주로, 이에 대한 세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식의 지난주 종가가 주당 1222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톡옵션 행사로 엄청난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되지만, 머스크는 이익의 반은 세금으로 내야 할 것 같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가 급등에 머스크의 측근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도 했다. 테슬라 이사회 구성원인 머스크의 동생 킴벌은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지난달 말 8만8500주를 팔았다. 다른 이사회 구성원도 최근 2억달러어치 넘게 팔았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이나 트위터로 화제를 일으키고 사고를 치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거액을 빈국의 기아 해결에 쓰는 것을 두고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트위터로 제안과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비즐리 사무총장이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재산 2%만 있어도 기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억만장자들의 기부를 촉구한 게 발단이었다. 머스크는 이에 “세계식량계획이 여기 이 트위터에 60억달러로 어떻게 세계의 기아를 해결하는지 정확히 설명한다면 테슬라 주식을 당장 팔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비즐리 사무총장은 현재의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해 66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답글을 올렸다.
머스크가 실제로 이런 거액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공개적으로 기부 가능성을 거론했으니 말을 거두지는 않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한테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돈이 샌다는 내용의 만평을 리트위트한 점 등을 보면 실제 기부 의사는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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