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 차량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한 미국 위스콘신주 워키쇼의 중심가에 관람객들이 앉았던 간이의자들이 널브러져 있고 경찰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워키쇼/EPA 연합뉴스
미국 위스콘신주 소도시 워키쇼에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 차량이 돌진해 적어도 5명이 숨졌다.
<에이피>(AP) 통신은 밀워키 교외의 워키쇼에서 21일 여학생들이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행진하던 중 에스유브이(SUV) 차량이 충돌해 최소 5명이 목숨을 잃고 4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행진에는 주로 2~18살 어린이·청소년들이 참가했고, 지역 정치인들도 함께 행진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고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오후 4시40분께 붉은색 에스유브이 차량이 바리케이드를 뚫고 행렬을 향해 속도를 내며 달리는 장면이 담겼다. 소녀들이 춤을 추며 길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던 흥겨운 축제 현장은 순식간에 비명 소리로 가득찼다. 행사 진행을 위해 배치된 경찰은 실탄 여러 발을 쏘며 차량을 제지하려고 했다. 행진에는 가톨릭 학교 학생들도 참여했으며, 성직자 여럿도 함께 걷다 부상을 입었다. 올해 59번째인 이 행사는 매년 추수감사절 전 일요일에 개최돼왔다. 사고 당시 노변에서는 시민들이 간이의자를 설치하고 행진을 구경하고 있었다.
현지 경찰은 운전자와 사고 차량을 확보했으나 사건 동기와 자세한 경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이 행사를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뚫고 인파를 덮친 것을 보면 고의적 사고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학원생 70명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무용학원 원장 크리스 저메인은 차량 돌진을 목격하고 학원생 여러 명과 함께 자신의 차 안으로 대피했다고 <에이피>에 말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길바닥 여기저기에 쓰러졌고, 경찰이 여러 명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인근 커노샤 카운티 법원이 지난해 8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18)에 대해 무죄 평결을 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커노샤는 워키쇼에서 90㎞ 떨어진 곳이다. 커노샤 카운티 법원은 이곳에서 발생한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발포해 백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사건에 대해 ‘시위대가 총을 빼앗으려고 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리튼하우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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