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대한 “완벽한 단결”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과 관련해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독일이 적극적 역할을 다짐하며 미국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취임 두 달여 만에 백악관을 방문한 숄츠 총리는 7일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친구들에게 우리는 단결할 것이라는 점을 말해둔다. 우리는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며, 그런 조처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우리가 합의한 혹독한 제재를 부를 것”이라고 러시아에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정상이 회담에서 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논의의 대부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에 사용할 강력한 제재 패키지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은 완전히, 전적으로, 완벽하게 믿을 만하다”며 러시아에 대응하는 양국의 공조를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숄츠 총리에게는 ‘독일은 어디 있냐’는 미국 쪽 비판을 달래는 기회였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 직후 <시엔엔>(CNN)에 출연해 “이번 상황에 대해 (미-독의)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당신들은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응답을 보냈다”고 했다.
앞서 독일은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독일제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반대하고, 군용 헬멧 5천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가 우크라이나 쪽으로부터 “다음엔 베개를 줄 테냐”는 힐난을 들었다. <뉴욕 타임스>는 에밀리 하베르 주미 독일대사가 지난주에 본국에 미국 쪽의 부정적 기류에 대해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에는 공화당 쪽에서는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급에 집착해 “푸틴과 한 침대에 누웠다”는 비난까지 나온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회담 뒤에도 미국이 유력한 대러 제재 수단으로 내건 노르트스트림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해 숄츠 총리는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대규모 파이프라인 사업으로, 지난해 9월 시설은 완공됐으나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탱크와 병력으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한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끝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숄츠 총리는 파이프라인의 “플러그를 뽑겠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 사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우리(미-독)는 완벽하게 단결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조처들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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