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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백악관 과기정책실장 ‘직장내 괴롭힘’으로 낙마

등록 2022-02-08 13:40수정 2022-02-08 19:30

과학기술 최고참모 랜더 실장…부하들 상습적 무시·모욕
언론보도 뒤 뒤늦게 경질해 ‘존중받는 직장’ 강조 바이든 타격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AP 연합뉴스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 최고 참모가 상습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사임했다. 바이든 행정부 각료급 인사의 첫 낙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밝힌 사의를 바이든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7일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그의 기여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랜더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내가 전현직 동료들에게 말하는 방식이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며 “내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랜더 실장의 사임은 지난해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민원이 제기됐고, 백악관 내부 조사에서 민원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폴리티코>의 최근 보도가 발단이 됐다. 백악관 조사에서 랜더 실장은 부하 직원들을 윽박지르고,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창피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140명 규모의 과학기술정책실에서 전현직 직원 14명이 이런 진술을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그가 동료들을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거칠고 무례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낮만 해도 랜더 실장이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자리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조사의 결론을 갖고 랜더 박사에게 그의 행동이 적절치 않으며 교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은 그가 성차별적 동기로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며, 민원을 제기한 직원을 이동 배치한 것도 부적절하지는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랜더 실장도 <폴리티코> 보도 뒤 부하 직원들에게 “무례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인정하며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나 랜더 실장 모두 애초 경질은 고려하지 않다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옷을 벗는 쪽으로 부랴부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랜더를 기용하면서 그 자리를 각료급으로 격상시켰다.

이번 사안은 지난해 1월 취임 첫날부터 “정직과 품위”를 모토로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워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이다. 그는 당시 ‘안전하고 존중받는 직장 정책’을 강조하며 동료를 존중하지 않는 행정부 직원은 “즉석에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랜더 실장의 경우 이미 몇주 전에 두 달에 걸친 조사가 끝난 상태였고, 여러 피해자가 확인됐는데도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갈 뻔했다.

수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였던 랜더 실장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권위자다. 그는 백악관에 들어올 때도 논란이 따라붙어 상원 인준에 몇 개월이 걸렸다. 미성년자 성매매 때문에 투옥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금융 재벌 제프리 엡스타인을 여러 번 만난 게 문제가 됐고,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들을 비하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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