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정유산업에 대한 제재에도 착수했다. 당장은 러시아의 주수입원인 에너지 수출 통제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최후의 카드’로도 불리는 석유와 천연가스 금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주요 수입원인 정유산업의 장기적 정유 능력을 뒷받침하는 석유·천연가스 추출 장비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은 세계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데 전략적 이해를 갖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공급 주도국으로서 러시아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것에 강력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등은 주요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 금융 결제망 스위프트(SWIFT)에서 차단하면서도 에너지 무역대금 지급과 관련된 일부 은행들은 면제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서구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이 비축유 6천만배럴을 방출하겠다고 밝힌 이튿날인 2일 브렌트유 값은 배럴당 116달러도 돌파했다. 석유시장에서는 미국의 러시아 정유산업 제재 발표가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 속에서도 석유와 천연가스 금수 가능성을 닫지는 않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드릭 리치먼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에너지 금수는 “지금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분명히 우리가 살펴보는 내용”이라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행정부가 여기에 “매우 열려 있다”고 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제품을 하루 67만배럴씩 수입하는 미국에 대한 수입 중단 요구는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공화·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법안을 발의하며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원유를 증산하면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드리이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미국과 유럽이 석유 등 러시아 수출품을 전면적으로 금수 조처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백악관은 전투기, 미사일, 전자전 장비, 무인기 등의 생산과 관련된 러시아 기업과 기관 22곳에 대한 포괄적 제재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형제국’으로 러시아군 주둔지를 제공하는 등 침공을 도왔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미국산 기술상품의 광범위한 수출 금지 제재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들에 대한 잇따른 제재에 러시아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최하 단계로 추락하고 있다. 러시아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들에 대한 잇따른 제재 조처로 인해 러시아의 신용등급은 최하 단계로 추락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들 중 하나인 피치는 이날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전보다 2단계 아래인 ‘정크’(투자 부적격)로 낮췄다. 무디스도 이날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정크’로 낮췄다. 에스앤피(S&P)는 이미 지난주에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정크’로 내렸다. 백악관은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우리의 역사적이고 다자적인 조율의 결과로 인해 러시아는 세계 경제와 금융에서 외톨이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우리의 역사적이고 다자적인 조율 결과로 러시아는 세계 경제와 금융에서 외톨이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