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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사우디에 미보다 더 ‘큰손’ 된 중국…달러패권 도전 ‘위안화 결제’ 논의

등록 2022-03-16 12:09수정 2022-03-16 13:20

미, 원유수입량 일 200만→50만배럴…동맹관계도 ‘삐그덕’
중, 하루 176만배럴 수입…위안화 결제땐 통화지위 도약
사우디아라비아 압카이크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저장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압카이크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저장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를 활발히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중동 지역 주요 동맹 사우디가 이를 실행한다면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고 미-중 경쟁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과 사우디 정부가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 문제를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선물거래에도 위안화 가격 표시제인 ‘페트로 위안’을 적용하는 게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석유 수출량 중 25% 이상을 중국에 파는 사우디에서 위안화 결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6년으로, 이번 논의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가치가 불안정한 위안화를 받으면 사우디 경제와 국고에 이롭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번 논의를 아는 소식통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고, 사우디는 미국에 불만이 큰 상태라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는 사우디산 석유를 하루 200만배럴까지 수입했으나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50만배럴까지 줄었다. 중국은 사우디산 석유를 하루 176만배럴씩 수입한다. 또 중국은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개발, 원자력 프로그램, ‘미래 도시’ 건설을 도우며 밀착해왔다. 사우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반면 사우디의 대미 불만 목록은 늘었다. 미국이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을 지지하지 않고, 이란 핵협정을 부활시키려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자기 철군해 동맹으로서 신뢰를 저버렸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큰 갈등 요인으로 보인다. 빈살만 왕세자는 2018년 사우디 출신의 비판적 언론인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사우디를 외톨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요청하려고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빈살만 왕세자가 거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사우디 관리는 자국의 미·중에 대한 태도 변화에 대해 “역학이 급격히 바뀌었다. 미국의 사우디와의 관계가 바뀌고,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고 사우디에 이득이 되는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의 대미 비협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안해진 석유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증산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서 표면화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동맹이 아니라 러시아를 돕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우디가 실제로 위안화를 석유 대금으로 인정한다면 ‘달러 패권’을 행사해온 미국에 적잖은 타격이 된다. 석유 등 주요 상품이 달러로 거래됨으로써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 거래의 80%가 달러로 이뤄지고, 사우디는 거의 100%를 달러로 거래한다. 사우디는 1974년 미국으로부터 안보 공약을 제공받는 대가로 석유의 달러 거래를 약속했다.

석유 거래에 위안화를 쓴다면 자국 화폐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중국에는 큰 승리가 된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뒷받침하는 달러 패권에 도전해왔으나 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의 위력을 보며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의 ‘위험’을 더 실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위안화를 받아들인다면 다른 산유국들에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국제안보분석연구소의 갤 러프트 공동소장은 “벽돌 하나가 빠지면 벽 자체가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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