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8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돕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쪽은 지난해 11월 화상 정상회담 이후 처음인 이번 회담에서 2시간가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로 논의하고 대만 문제도 다뤘다. 양쪽 발표를 종합하면, 두 정상은 유의미한 의견 접근에 이르기보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대체로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회담에서 “러시아의 부당한 우크라이나 침략” 문제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 국가들의 이번 위기에 대한 시각을 설명했다”며 “또 침공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 러시아에 대가를 부과하는 것을 포함한 침공에 대한 대응을 상세히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시들과 민간인들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자행하는 러시아를 중국이 물질적으로 지원할 경우의 결과와 대가에 대해 설명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응을 경고한 러시아에 대한 ‘물질적 지원’은 최근 미국 관리들이 거론해온 군사원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후 미사일과 전투식량등을 중국에 요청했으며, 중국 쪽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금융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를 도울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중국이 러시아에 직접적으로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 시 주석이 직접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강력한 대러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최대 수출 상대인 중국이 완충 역할을 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 기술과 부품이 들어간 금수 품목을 러시아에 제공한다면 중국 쪽도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중국이 대러 제재의 효과나 전쟁의 향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 근본적으로는 중-러가 밀착해 미국에 함께 대항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국제적 비난 대상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중-러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도 묻어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주에 유럽을 방문해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24일부터 유럽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동맹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대응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여부를 “우리도 지켜볼 것이고 세계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원조 등에 대한 미국 관리들의 설명을 부인하고 있다.
미-중 정상은 대만 문제도 논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없다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미국은 일방적 현상 변경에 계속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이 양국의 경쟁을 관리하기 위해 소통을 지속하는 것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갈등과 대결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평화와 안보는 국제사회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은 또 “세계는 평화롭지도 평온하지도 않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는 우리가 보기를 원하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 주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양국이 “중-미 관계의 발전을 올바른 궤도로 올려야 할 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평온을 위해 노력하고 국제적 의무를 떠맡아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언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대열에 서라는 미국 등의 요구를 계속 거부한 셈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가장 중요한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대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의 안보 우려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쟁점’은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를 뜻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