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이 30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백악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보좌진한테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관해 잘못된 정보로 오도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긴장 관계에 빠졌다고 전하는 등 크렘린 내부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3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리는 푸틴이 러시아군이 얼마나 작전을 잘못 수행하는지,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고 있는지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보고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는 그의 고위 보좌진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아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변의 ‘예스맨’들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전쟁 상황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아 푸틴 대통령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취지다.
베딩필드 국장은 또 “푸틴은 러시아군에 오도당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로 인해 푸틴과 군 수뇌부 사이에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정보의 입수 경위는 설명하지 않고 미국 정보당국이 공개를 결정했다고만 설명했다. 이를 공개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실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미국 관리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방부를 불신하고 있다고 <더 힐>에 말했다. 이 관리는 “푸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징집병을 투입하고 그들을 잃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이는 러시아 대통령으로 향하는 정확한 정보 흐름이 분명히 와해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작전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군부에 대한 문책설이 제기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장면이 공개된 지난 11일 이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한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이런 추측을 키웠다. 쇼이구 장관은 18일 한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일부 러시아 언론인들은 11일에 촬영한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4일에도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이 방영됐지만 회의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전부터 러시아 정부와 군의 동향 정보를 적극 공개해왔다. 러시아의 침공 의도를 꺾거나 동맹을 결집하기 위해 이례적인 ‘정보전’을 벌여온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정보는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푸틴 대통령이 어떤 식의 보고를 받고 ‘정보 실패’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 권부 핵심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내용이라 더욱 주목된다. 미국 정보기관이 감청이나 대인 정보를 통해 크렘린 내부까지 들여다본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부의 제러미 플레밍 부장도 푸틴 대통령의 보좌진이 “진실을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미국 정보당국과 같은 판단을 밝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플레밍 부장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이 “일부 병력은 명령 수행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장비를 파괴하고 있으며, 잘못해서 아군기를 격추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동향과 군사원조 강화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5억달러(약 6048억원) 추가 제공을 약속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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