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임신중지와 관련해 살인 혐의로 체포된 여성이 수감된 미국 텍사스주 스타 카운티의 교도소 앞에서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스타 카운티/로이터 연합뉴스
엄격한 임신중지 금지법이 시행되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한 여성이 ‘임신중지’(낙태)와 관련한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이틀 만에 혐의가 풀리는 소동이 일어났다.
<뉴욕 타임스>는 텍사스주 스타 카운티의 고차 앨런 라미레스 검사가 임신중지와 관련해 20대 여성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를 취소하는 결정을 11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8일 멕시코와 국경과 가까운 곳에서 체포됐으며, 이튿날 50만달러(약 6억1640만원)짜리 보석 보험증권을 내고 풀려났다.
라미레스 검사는 “적용 가능한 텍사스주 법률을 검토한 결과, 이 여성은 관련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이번 사건이 종결되면서 당사자가 텍사스 주법 하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형법에서 가장 무거운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가 곧바로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사실관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의문을 부추기고 있다. 이 여성을 체포한 보안관 쪽은 의도적인 “자발적으로 유도한 낙태”에 대해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임신중지를 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임신중지를 도왔는지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텍사스주는 보수적인 미국 주들 중에서도 더 강력한 임신중지 금지법을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기 시작하는 시기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며, 이르게 잡을 경우 임신 6주 이후가 해당된다. 또 의료 목적 외에는 모든 임신중지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화당이 주정부를 장악한 다른 여러 주들처럼 임신부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않고, 의사 등 임신중지를 도운 사람에 대해 개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돈을 받아낼 수 있도록 했다. 또 임신중지용 약품 제공자는 최장 징역 2년에 처하도록 했다. 이렇게 한 것은 임신 22~24주까지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인정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시적이나마 ‘임신중지’와 관련해 여성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임신중지 단속 분위기 속에 수사기관이 과잉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을 소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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