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의 디즈니월드 테마파크들 중 하나인 ‘매직 킹덤’에 있는 신데렐라성. AP 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의 디즈니월드가 ‘성교육 논란’에 휘말려 지난 55년간 누린 특혜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플로리다주 상원은 20일(현지시각) 1968년 이후 지정된 ‘특별 조세 지구’의 지정을 취소하는 법안을 찬성 23 대 반대 16으로 가결했다. 역시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도 21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이 발효되면 디즈니월드가 자리잡은 ‘리디크리크 개선 지구’는 내년 6월부터 독자적 행정 단위로서의 지위를 잃는다.
원래 배수지가 있던 이 지역은 4개 테마파크와 20여개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선 디즈니월드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1967년 별도의 행정 단위로 지정됐다. 행정을 독자적으로 하는 ‘리디크리크 개선 지구’는 말 그대로 ‘디즈니 왕국’인 셈이다. 상주 주민은 50명도 안 되지만 하루 최대 35만명이 들르는 이곳에서 사실상 행정까지 도맡은 디즈니는 스스로 세금을 내고 스스로 예산을 집행하면서 연간 수천만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개발 당시의 주지사가 “플로리다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대로 올랜도와 그 주변은 연간 7500만명이 방문하는 곳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정부와 주의회의 갑작스런 공세에 디즈니는 상당한 특권을 내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주의회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부모의 교육권법’을 제정한 게 발단이었다. 애초 디즈니는 이 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을 겨냥한 인권침해적 법률이라는 지적이 일고 직원들도 이를 방관하는 사쪽 태도에 반발했다. 이에 디즈니는 법이 철회되도록 노력하고,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화당 쪽이 디즈니만을 노린 법안으로 즉각 보복에 나선 것이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정치자금을 풀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공화당 정치인들을 화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2020년 대선 때 공화당과 민주당에 2천만달러(약 247억원)를 제공한 정치 자금계의 큰손이다.
2024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군에 속하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에 대한 압박을 주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그가 이날 뿌린 정치자금 관련 이메일에서 “디즈니는 너무 오랫동안 플로리다와의 특별한 거래를 누려왔다”, “디즈니가 싸움을 걸기를 원한다면 사람을 잘못 골랐다”며 호전적 태도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또 그는 “나는 플로리다 사람들을 가장 우선시하기 위해 선출됐으며,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둔 ‘워크’ 회사가 우리 주를 운영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다. ‘워크’(woke·깨었다)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계한다는 뜻을 지녔지만, 미국 보수층에서는 ‘잘난 척이나 한다’며 진보파를 비아냥대는 취지로 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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