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21일 미국으로의 압송을 위해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테구시갈파/EPA 연합뉴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53)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퇴임 3개월 만에 마약 거래 단속을 무마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미국으로 압송됐다.
미국 법무부는 산하 마약단속국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21일(현지시각)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공항에서 인계받아 뉴욕으로 압송했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월에 체포돼 신병 인도 재판을 받아왔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미국 법무부는 그가 “코카인을 미국으로 반입하기 위한 부정하고 폭력적인 마약 밀매 음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마약단속국은 그가 코카인 550t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것을 돕고 멕시코 마약 조직 등으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통령을 연임하는 동안 공무원들과 군의 마약 밀매 단속을 무마하는 대가로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미국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그를 ‘마약과의 전쟁’의 훌륭한 동맹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은 그의 압송과 관련해 “에르난데스는 대통령 재임 기간에 나라를 ‘마약 국가’로 가동시키며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는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퇴임일에 맞춰 처벌 방침을 밝혔고, 시오마라 카스트로 현 온두라스 대통령은 강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전임 대통령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압송이 부당하다고 다퉜으나 온두라스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직 온두라스 경찰 총수도 신병 인도 재판에서 패해 미국으로 압송될 처지에 놓였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압송 직전 가족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나는 무고하며, 불공정한 재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그의 동생이 미국 연방지방법원에서 마약 밀매 관련 혐의 등이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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