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호세/EPA 연합뉴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당선자가 과거 세계은행(WB) 재직 때 자신을 성희롱으로 고소한 두 여성에게 공개 사과했다.
로드리고 차베스 당선자는 25일(현지시각) 소셜 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서 “15년도 더 된 과거에 세계은행에 근무하던 동료들에게 성희롱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 일을 한 것에 대해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이들 동료에게 두말없이 나의 진지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성희롱 혐의 자체는 이미 기각된 사건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차베스 당선자는 2008~2013년 사이에 세계은행에서 두 직원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그는 한 직원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다가 문제가 되자 뺨에 작별인사 키스를 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가 원치 않는 제안을 했고 부적절하게 사생활을 캐물었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은 2019년 10월 조사 결과 그의 성희롱 혐의가 인정된다며 직위 강등과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차베스 당선자는 한 달 뒤 세계은행을 그만뒀고, 나중에 카를로스 알바라도 현 정부에서 코스타리카 재무장관을 맡았다.
이번 대선 기간에 당시 성희롱이 논란이 됐으나, 그는 단순한 “농담”이었으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의 성희롱은 대선에서 큰 변수가 되지 못했고, 그는 이달 초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 그는 다음달 8일 4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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