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330억달러 추가 지원 예산 승인을 의회에 요청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330억달러(약 41조9925억원)의 추가 예산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런 액수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출한 돈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미국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연설에서 “싸움의 비용은 싸지 않다. 그러나 침략에 굴복하면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대규모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지원이 “앞으로 결정적인 몇 주 또는 몇 달간 우크라이나군에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줄 것”이라며 대포, 장갑차, 대전차 무기, 대공 무기를 더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330억달러 중 200억달러는 우크라이나와 동맹국에 대한 군사원조에 쓰일 예정이다. 85억달러는 공무원 급여 등 우크라이나 정부 운영비로 지원된다. 피란민 지원을 위한 30억달러도 지출안에 들어 있다. 330억달러는 지난달 초 의회가 승인한 액수(136억달러)의 2.4배에 달한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런 규모의 추가 예산이 승인되면 우크라이나에 5개월 동안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추가 지원 예고는 미국의 장기적 지원 의지를 러시아에 보여주려는 뜻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는 러시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공격과 잔학행위가 계속되는 한 군사원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등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러시아가 핵전쟁 가능성까지 띄우는 것에 대해 “누구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쓸데없는 말을 하면 안 된다”며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또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에 침략당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구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협박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스를 놓고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유럽 동맹들을 지원하려고 한국, 일본, 카타르 등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로이터> 통신은 한국이 미국 또는 유럽의 요청에 따라 일부 가스 물량을 유럽으로 돌릴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결한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자산을 매각해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의회가 법률을 만들어달라고도 요청했다. 하원은 전날 올리가르히의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도록 바이든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대통령에게 이에 필요한 권한을 주는 내용은 없다.
한편 미국 하원은 2차대전 때의 무기대여법을 부활하는 법안을 이날 통과시켰다. 앞서 상원에서도 같은 법안이 통과돼, 이제 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남았다. 1941년 제정된 이 법은 “대통령이 그 나라의 안보가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국가에 신속하게 무기를 공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이 법에 따라 영국과 소련 등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제공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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