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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대법,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 폐기하기로”…판결 초안 유출 ‘파문’

등록 2022-05-03 14:03수정 2022-05-04 11:23

<폴리티코> ‘다수의견 초안’ 입수 보도
“1973년 판례는 처음부터 터무니없어
임신중지 문제는 선출된 정치인이 다뤄야”
반세기 유지 판례 폐지 움직임에 논란 가열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1973년 판례를 폐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3일 새벽 연방대법원 앞에서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1973년 판례를 폐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3일 새벽 연방대법원 앞에서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세기 동안 유지된 임신중지(낙태)권 보장 판결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실제 이런 판결을 내놓을 경우 정치·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2일(현지시각)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기로 했다며 98쪽짜리 다수의견 판결문 초안 전문을 공개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임신중지 행위 처벌은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권리 침해’라며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를 통해 임신 22~24주까지는 임신중지권이 보장됐다.

 미국 보수 진영은 이 판례의 폐기를 추진해왔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정부들은 짧게는 임신 6주가 지난 뒤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며 공공연히 연방대법원 판례에 도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에 대한 심리를 진행해 결론이 어디로 향할지가 큰 관심을 끌어왔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문서의 공식 명칭은 ‘다수의견 1차 초안’이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집필한 초안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고 했다. 1992년 이 판례를 뒷받침한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판례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특히 미약한 추론으로 이뤄진 ‘로 대 웨이드’ 사건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두 사건은 임신중지 문제의 국가적 해결로 이어지기는커녕 논란을 악화시키고 분열을 깊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98쪽짜리 초안에서 임신중지는 헌법과 관련이 없으므로 애초부터 연방대법원이 심사할 게 아니라는 점을 핵심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헌법은 임신중지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임신중지권은 헌법 조항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헌법은 각 주의 임신중지 규제나 금지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의 입법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인 셈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이제는 헌법에 충실하면서 임신중지 문제를 선출된 대표들에게 돌려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인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보수 성향 대법관 5명이 다수의견을 형성했고, 진보 성향 3명은 반대했다고 전했다. 보수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의견은 초안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이런 판결이 정식으로 나올 경우 임신부 목숨이 위태한 경우를 빼놓고는 임신중지를 전면 불허하는 일부 주법 등이 그대로 효력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회는 민감한 이슈를 놓고 더 큰 혼란과 논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크게 고조될 수밖에 없다.

 <폴리티코>가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 문제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문 초안을 입수해 공개한 것 자체도 파문을 일으킬 만한 일이다. 이 매체는 스스로 “사건이 여전히 계류 중인 가운데 판결문 초안이 공개된 것은 현대 법원 역사에 없던 일”이라고 했다. 반세기 동안 유지된 판례를 뒤집으려는 연방대법원의 행동을 ‘폭로’한 동기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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