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매우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방한 때 한국과의 안보 동맹 강조와 안보 공약 확인에 치중한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인 20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을 들렀을 때 삼성이 지난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1조641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를 수행한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은 생산시설 내부를 배경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트위터에 올리면서 의회에서 투자 촉진 법안을 통과시켜야 삼성이 미국에 이런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머리발언에서도 “한국의 삼성 같은 기업들이 현재 미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우리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투자에 사의를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미국 조지아주에 6조3천억원을 들여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정 회장은 미국에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에도 50억달러(약 6조3천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기차는 우리의 기후변화 목표와 관련해 좋을 뿐 아니라 일자리에도 좋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는 이번에 한-미가 표방하고 나선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강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반기는 주된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라는 경제 치적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업무 수행 지지도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실업률과 취업자 수 등 노동시장 통계를 자신의 치적으로 주로 내세워왔다. 또 그가 강조하는 ‘공급망 안정’이 반도체 등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끌어모으겠다는 구상을 뜻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강조하는 동시에 ‘노조원 고용’을 거론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미국 노조 구성원들”을 고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 행사에 참여하고 노조 지도자들을 만나며 노조 결성과 가입을 적극 장려해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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