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브라이언 켐프 현 주지사를 위한 지지 유세를 하러 23일 주도 애틀랜타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지지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6일 의사당 난동 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목매달자는 구호에 찬동하는 의사를 밝혔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대선 패배에 불복하는 지지자들이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릴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를 목매달자”는 구호에 찬동하는 뜻을 나타냈다는 증언을 하원 조사위원회가 확보했다고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런 증언은 당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난 직후 직원들에게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메도스 전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텔레비전 중계에서 “펜스를 목매달자”는 구호가 등장한 것을 보고 찬동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스 전 부통령이 난동자들을 피해 숨어버렸다는 불평도 했다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하원 조사위는 당시 비서실 직원들 중 적어도 2명한테 이런 진술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어조였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벌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그의 태도는 매우 위험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참석한 집회를 마친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향해 갈 때 그는 트위터로 “펜스는 우리 나라와 우리 헌법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할 용기가 없다”며 자기 행정부 2인자에 대한 적의를 부추겼다. 상원의장을 겸했던 펜스 전 부통령이 대선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거부하라는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까지도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펜스 전 부통령은 헌법상 그럴 권한이 없다며 버텼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중 일부는 의사당으로 행진하며 “펜스를 목매달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의사당 앞에 실제로 교수대를 갖다놨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호가 구호로 그치지 않았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난동자들은 의사당 안 곳곳을 누비며 “펜스를 목매달자”고 외쳤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들과 맞닥뜨리기 직전 의회 지도부와 함께 지하 차고로 피신해 화를 면했다. 난동자들은 그가 숨은 곳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을 지나가며 이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필사적으로 연락해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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