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29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초등학교 앞에 십자가, 꽃, 사진으로 꾸민 총기 난사 희생자들 추모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유밸디/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현장을 찾아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세 번째 총기 난사 현장 방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닷새 전 18살 총격범 손에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목숨을 빼앗긴 롭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 들러 헌화하고 희생자들 사진을 어루만지며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로이터> 통신은 롭초등학교 교장 등과 얘기를 나누던 바이든 대통령과 아내 질이 눈물을 훔쳤다고 전했다. 추모객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도와달라”, “바꿔야 한다”고 소리쳤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어 희생자들 일부가 다니던 가톨릭 교회에서 열린 추모 미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고, 미사를 집전한 구스타보 가르시아실러 대주교는 “가슴이 무너진다”고 했다. 미사 뒤 유족과 생존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군중 속에서 “뭐라도 하라”는 외침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가르시아실러 대주교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최선을 다해 유족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 10명이 사망한 뉴욕주 버펄로를 방문한 이후 12일 만에 다시 총기 난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3월에는 한인 여성 4명을 비롯해 8명이 희생된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찾아 총기 폭력과 인종 혐오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기 폭력에 대응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할 수 있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기 규제 강화에 부정적인 공화당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텍사스 초등학교 사건은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초 경찰과 근처 국경수비대의 용감한 대응으로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드러난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조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사망자 21명이 발생한 4학년 교실에 있던 학생이 휴대폰으로 여러 번 911로 전화해 “당장 경찰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는데도 1시간 넘게 교실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교 총격 사건에서는 범인 제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29일 이른 새벽 오클라호마주 동부 태프트의 메모리얼데이 축제 현장에서 26살 남성이 총을 난사해 39살 여성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축제 참가자들은 애초 총성을 폭죽 소리로 여겼다가 실탄 발사 사실을 깨닫고 급히 대피했다. 1500여명이 모인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말 그대로 총탄이 모든 곳으로 날아다녔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자수한 총격범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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