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구스트보 페트로(왼쪽)가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뒤 러닝 메이트인 프란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함께 뽑으며, 마르케스가 당선되면 첫 흑인 부통령이 된다. AFP 연합뉴스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좌익 반군 출신 정치인 구스타보 페트로(62)가 1위를 기록했다. 페트로는 다음달 19일 열리는 결선 투표에서 ‘콜롬비아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리는 건설 재벌 로돌포 에르난데스(77)와 맞붙는다.
29일(현지시각) 콜롬비아 선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후보로 나선 페트로의 득표율이 40.3%로 선두를 기록했다. 무소속인 에르난데스가 28.1%, 중도 우파 페데리코 구티에레스가 23.9%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콜롬비아에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한다.
1차 투표에서 2위와 상당한 격차로 1위를 해 당선이 유력한 페트로는 10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 가입해 활동했고 무기 불법 소지 혐의로 체포돼 복역도 한 이력이 있다. M-19가 해체된 뒤 대원 일부가 만든 정당에 참여해 정계에 뛰어들었다. 2012~2015년 수도 보고타의 시장을 지낸 뒤 현재 상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첫 대선 도전에서 9.1% 득표율로 4위를 기록한 뒤, 2018년 대선에선 결선에 올라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맞붙었지만 패했다. 콜롬비아 대통령은 4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두케 현 대통령은 출마하지 못했다. 페트로가 당선되면 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 된다.
페트로는 고질적인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도 보고타에서 지지자들에게 “콜롬비아의 투표 결과는 세계에 한 시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2위를 한 에르난데스도 주류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부패 척결”을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이력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태도 때문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자주 비교된다.
주류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 대선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콜롬비아인들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가진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2016년 콜롬비아 정부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맺어 내전을 끝냈지만, 여전히 활동하는 반군 잔당과 마약조직이 있다. 인구 5100여만명 가운데 39%가 한달에 89달러(약 11만원) 이하 수입으로 살아가는 등 빈곤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그에 반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9.2%(연율)로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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