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의 전처인 배우 앰버 허드가 1일 배심원 평결 결과를 듣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페어팩스/로이터 연합뉴스
이혼한 유명 배우 부부의 거액 소송-맞소송과 법정 진실 게임으로 미국 대중의 큰 관심을 끌어온 배우 조니 뎁과 전처 앰버 허드의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뎁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1일(현지시각) 허드가 뎁에게 손해배상과 징벌적 배상을 합쳐 1500만달러(약 187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 중 징벌적 배상액이 500만달러인데, 버지니아 주법은 징벌적 배상은 35만달러까지 인정하기 때문에 실질적 배상 평결 액수는 1035만달러다.
이번 사건은 뎁과 2015년에 결혼했다가 2017년에 갈라선 허드가 2018년 <워싱턴 포스트>에 자신의 경우를 “가정폭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공인”이라고 표현한 칼럼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뎁은 자기 이름이 글에 들어 있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자신을 가해자로 지칭한 것이라 명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일로 캐스팅도 받지 못하는 등 금전적 손해도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허드는 전 남편에게 10여차례 물리적, 성적 학대를 당한 게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뎁이 주먹으로 때리거나 머리로 들이받았으며, 그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속편을 찍을 때도 학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뎁은 절대로 폭력을 쓰지 않았다며 맞섰다.
양쪽 진술과 제3자 증언, 제출된 증거를 검토한 배심원단은 허드의 주장은 거짓이며 “실제적 악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이 아닌 점을 알면서도 상대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는 것으로, 미국 법원에서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실제적 악의’가 인정돼야 배상 책임을 묻는다.
허드가 완패한 것은 아니다. 배심원단은 뎁 쪽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비난했다며 200만달러를 허드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드와 그 친구가 와인을 쏟은 다음에 가정 폭력 현장인 것처럼 꾸미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뎁의 변호인이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에이피>(AP) 통신은 뎁이 평결 소식을 듣고 “배심원단이 내 삶을 되돌려줬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허드는 트위터에 “이 평결이 다른 여성들에게 뜻하는 바를 생각하면 더욱 실망스럽다”며 “여성이 크게 말하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모욕당하던 시대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 이번 재판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뎁의 팬들은 재판 전날 밤부터 방청을 위해 법원 앞에 줄을 섰다.
이번 평결은 비슷한 사안을 다룬 영국 법원 판단과 반대여서 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앞서 영국 법원은 자신이 허드를 여러 차례 공격했다고 보도한 대중지 <선>을 상대로 뎁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보도 내용이 “대체로 진실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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