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UPI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탓에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재개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비난하면서 “단호한 현상유지 의지”를 강조했다. 또 중국은 지역 안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은 오랫동안 대만해협에 적용된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의 일부로서 대만관계법에 따른 우리의 약속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이는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 가능성에 대비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오스틴 장관은 중국이 해양 영역을 주장하면서 “억압적이고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의 안보, 안정, 번영을 약화시킨다”며,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다른 나라들의 해양 영역을 침범해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중국 선박들은 “약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회의에 미국 해안경비대 사령관이 처음 참석했고, 내년에는 동남아시아 바다에 미국 해안경비대 쾌속정이 투입된다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본격 대응 방침을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대치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신냉전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이 지역이 적대적 블록들로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에 미군 30만명이 주둔하고 있다며 “오늘날 인도·태평양은 우리의 주된 작전 지역”이자 “미국의 대전략의 중심 지역”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 및 한국과의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보고 있다”며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군사훈련”을 아시아·태평양에서 전개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달에 26개국 군함 38척과 병력 2만5천명이 참가하는 림팩 훈련이 열리는 것도 언급했다. 또 “나는 필적할 수 없는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 네트워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지속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북한의 상습적 도발과 미사일 시험은 우리 임무의 긴급성을 강조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일본 및 한국과의 안보 협력과 확장억제력 제공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오스틴 장관은 “오판 방지를 위한 중국 국방 지도자들과의 완전히 열린 커뮤니케이션 라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양쪽의 무력시위가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고, 이게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제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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