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임시 총리가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외교를 강조하자,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임시 총리가 “외교로는 그들을 멈출 수 없다”고 반박했다. 외교와 무력이라는 양국의 이란 핵개발에 대한 대응 방식 차이가 공개석상에서 동맹국 정상들 간 논쟁 분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라피드 총리와 회담하면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미-이스라엘 전략적 파트너십 예루살렘 공동선언’을 통해서도 이란 핵개발 저지, 이란의 중동 지역 활동 억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 강조 입장 등을 밝혔다.
하지만 핵개발 저지 수단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견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런 결과(이란의 핵무기 획득 포기)를 성취하려면 외교가 최상의 방법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라피드 총리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라는 포괄적 목표를 내건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핵무기 보유 방지를 강조했다.
이에 라피드 총리는 “대통령님, 말로는 그들을 멈출 수 없습니다. 외교로는 그들을 멈출 수 없습니다”라며 직설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또 “이란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핵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한다면 자유세계가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그들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뢰할 만한 군사적 위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 때인 2015년 이란이 미국 등 서구 강대국들과 맺은 핵협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 협정이 제재 해제로 이란의 경제력을 강화시켜주면서도 핵개발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래 핵협정 복원을 추진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앞두고 이스라엘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만약 그게 최후의 수단이라면,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이스라엘의 적극적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이스라엘은 핵개발을 방해하려고 비밀리에 이란 내에서 핵과학자 암살 등 적극적인 공작을 하고 있다.
라피드 총리의 발언은 단지 이스라엘만의 군사 옵션을 얘기한 게 아니라 미국도 군사적 압박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시엔엔>(CNN)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 등 미국 방문단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방안을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이렇게 ‘당당한’ 태도는 다른 동맹국들과 미국의 관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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