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19일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시위하다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연방대법원의 또 다른 ‘시대 역행’ 판결 가능성에 대비해 동성 결혼을 법률로 보호하는 선제적 입법에 나섰다.
하원은 19일 동성 결혼과 타인종 간 결혼을 법률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내용의 결혼존중법안을 찬성 267표 대 반대 157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주도 법안에 공화당 의원 47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동성 결혼은 이미 2015년 대법원 판결로 미국 전역에서 합법화됐다. 그런데도 하원이 법안을 따로 마련한 것은 이 판례의 폐기 가능성 때문이다.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지난달 24일 폐기하면서 사생활의 권리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다른 판례들도 위태롭다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대법관 9명 중 가장 우편향적 인사로 꼽히는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동성 결혼 합법화나 피임에 관한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이번 판결을 통해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정치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의원들에게는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했다. 동성 결혼 반대 입장으로 동성애자 여동생과 갈등했던 리즈 체니 의원도 이번에 찬성 대열에 섰다. 공화당 의원 다수가 찬성한 것은 성인의 70%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힌 지난달 갤럽 조사 결과 등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날 “우익 극단주의 대법원에 맞서자”며 의회의 ‘반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하원과 같은 법안을 제출할지는 불확실하고, 법안이 상정되더라도 상원의 필리버스터 제도 탓에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 17명이 대법원 청사 앞에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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