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상파울루에서 대선 결선투표소를 나오며 브라질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 상파울루/AFP 연합뉴스
중남미 좌파의 ‘대부’인 룰라 전 대통령이 정권에 복귀한다.
30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76) 전 대통령이 50.7%를 득표해 재임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1.4%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따돌리며 당선됐다.
개표 초반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룰라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으나, 개표가 70% 이상 진행되면서 뒤집혔다. 이후 룰라 전 대통령은 선두를 내주지 않고 당선을 확실시했다. 브라질의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는 개표가 90% 이상 진행되자 “룰라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이달 2일 진행된 대선 1차투표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48.4%,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43.2%를 득표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예상 밖 선전’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결선투표 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4%포인트 정도 여유 있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득표 차이는 미세했다. 결선투표에서도 일명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집권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광범위한 복지체계를 구축해 빈민층을 줄이고 중산층을 두텁게 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퇴임 후 부패 연루 혐의로 구속됐으나,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확정 판결을 받으며 이번 대선에 도전할 수 있었다.
현직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8년 집권한 뒤 소수자를 향한 혐오발언, 코로나19 방역 실패,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 등 갖는 논란에 휩싸여 왔다. 하지만 진보 세력에 대항하는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면서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서로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해 왔다. 미세한 표차로 당선된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사회의 좌우분열 속에서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는 2023년 1월1일부터 4년 간이다.
영국 <가디언>은 “브라질에서 군사독재가 끝나고 처음 대선이 치러진 1989년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가장 작은 표차였다”고 전했다. 이전까지는 2014년 대선 때의 3%포인트가 가장 작았다. 당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2년 뒤 탄핵되는 아픔을 겪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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