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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소수자 대입 우대’ 무용론…보수 압도 연방대법, 미국을 바꾼다

등록 2022-11-01 13:40수정 2022-11-01 17:12

보수 대법관 “다양성, 그게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임신중지권 판례 바꾸고, 대입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조짐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구두 변론이 펼쳐진 31일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이 제도의 존치를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구두 변론이 펼쳐진 31일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이 제도의 존치를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서 공부하는 소수인종을 배려해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강화하려는 미국 대학들의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보수가 압도하는 연방대법원 대법관 다수가 이 제도가 무용하다는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은 31일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낸 소송의 구두 변론을 열었다. 원고 쪽은 소수인종과 여성을 교육과 취업에서 우대해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선 1·2심 법원은 두 학교의 어퍼머티브 액션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 분위기는 달랐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 6명이 모두 어퍼머티브 액션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역사상 두번째 흑인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는 “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 대학 법률 대리인들에게 “그게 교육에 뭐가 유용한지 설명해보라”고 했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어퍼머티브 액션은 소수인종 지원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결승선에 5인치 가까운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지난 6월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49년 만에 폐기하는 판결의 다수의견을 대표 집필했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현행 어퍼머티브 액션은 많은 고려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를 없애면 소수인종의 대학 진학과 사회적 지위 상승이 어려워진다고 반박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은 대학들은 수십 가지를 평가하면서 인종도 그 하나로 참작할 뿐이라며 “대학들은 이런 모든 특성들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공무원 채용 때 소수인종 차별을 없애려고 발효한 행정명령에 뿌리를 둔다. 이 제도는 불리한 환경에서 공부한 약자들에게 대학의 문호를 넓혀 인종 간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후 이 제도 탓에 입시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백인들이 종종 소송을 내왔다. 미국 대법원은 2003년 인종별로 인원을 할당하는 식이 아니라 응시생의 인종 등 사회적 처지를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수준이라면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 대학에서 도입해 온 어퍼머티브 액션의 존폐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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